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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2020년 마음의반 기록하기

책 읽기 숙제

|방학숙제

책을 읽고, 내가 준 질문지에 책 속 이야기와 자기 생각을 쓰는 방학숙제가 있었다. 방학숙제를 준비할 때부터 이번 여름방학은 작년에 비해 반이나 줄어들었는데, 숙제를 얼마큼 줘야 할지 고민이긴 했었다. 꾸준히 책 읽기는 연초부터 2, 3학년 아이들이 연습하고 있었던 터라 나는 이번 여름방학 때 조금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그래도 3달 정도 꾸준히 매일 책 읽기 연습을 했는데, 이제 탄력을 받아 양을 늘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책 2권 읽기를 숙제로 내줬다.

 

사실, 매일매일 책 읽기 숙제를 한참 하던 중간에 아이들에게 어려움이 있었다. 매일매일 책을 읽는 숙제라, 책 읽기 습관부터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숙제가 있는 그 부담감에 어떤 아이는 하기 싫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처음엔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아이들도 한 달이 지나니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집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설득하고 다시 해보자며 용기를 주어 지금까지 책 읽기 숙제가 이어지고 있다.

 

방학 전 1학기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숙제로 내준 책이 <노란 상자>였다. 2학년 아이들에겐 글밥이 너무 많아 복잡하고 어려웠을 책이지만, 평지와 내리막길을 더 신나게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오르막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책을 골랐다. 노란 상자를 꾸역꾸역 다 읽고, 방학 숙제로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책을 골랐다. <만복이네 떡집>과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였다. 두 권 다 쉽고 재밌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숙제 검사

방학이 끝나고, 숙제 검사를 하는 날, 아이들 모두 숙제를 성실하게 잘 해왔다. 책을 꼼꼼히 읽기 위해 질문지를 주는데, 그 질문지에 책 속 이야기와 자기 생각을 써왔다. 질문지에 쓴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한 편의 글 같기도 했다. 

 

현우는 두 권 다 잘 읽었는데, <만복이네 떡집>만 질문지에 답을 못 써왔다. 그런데도 <만복이네 떡집>이 너무 재밌어서 어떤 장면이 재미있었는지 술술 이야기를 해준다. 설명을 하면서도 자기도 웃기는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만복이 이야기를 해준다. 아직 못다 한 숙제는 반반씩 나눠 다 해오기로 했다. 오늘이 현우가 숙제를 다 해오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에 나는 조출 당번이라 교문 앞에서 아이들 열을 재고 있었다. 현우는 나를 보자마자 

 

"나 오늘 숙제 다 했어!"

 

라고 말했다. 에어컨을 너무 많이 쐐어서 냉방병에 걸려 주말엔 하루 종일 누워있었고, 오늘 아침에 숙제를 다 했다고 했다. 현우 말에 3형제가 있는 월요일 아침 현우네 집에 얼마나 우당탕탕 정신없었을까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이들 밥 먹이고, 학교 갈 준비하고, 현우 숙제 도와주고, 와. 부모님이 아침부터 참 고생이셨을 것 같다. 순간적으로 현우네 부모님인 토끼와 거북이 얼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현우가 내게 <만복이네 떡집> 질문지를 줬다. 총 4장인 질문지에 현우 글씨가 빼곡해 쓰여있었다. 중간에 엄마인 토끼 글씨도 보였다. 현우가 쓰기도 하고, 엄마의 도움을 받기도 했나 보다. 현우가 쓴 질문지를 보는데, 솔직하게 현우 마음을 그대로 적어주어 현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 질문 하나 대충 쓰지 않고, 하나하나 질문에 대한 자기 이야기를 써준 것이다. 꼬깃꼬깃해진 이 종이가 참으로 빛이 나 보일 정도였다. 

현우 마음 안에 반짝이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말과 글이 현우에게 부담스러운 숙제가 아니라 현우의 마음과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면 좋겠다. 내가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책을 읽으면, 힘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필살기가 될 거라고 했는데, 말과 글이 현우의 필살기가 되어 빛나는 현우가 더욱 빛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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