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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줍줍/우아한 오후 1시

2019.10.16 수요일 1pm




여행을 마치고 부천 학교로 돌아가는 길, 한 아이가 버스카드를 잃어버렸다. 가방에서 뒤적뒤적 버스카드를 찾느라 무리에서 뒤쳐졌다. 하는 수 없이 내가 가지고 있던 카드를 아이에게 주고지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런데 앞서가던 아이들이 모두 지하철을 타고 가버렸다. 남겨진 아이와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가는 지하철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힐끗 나를 쳐다본다.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우리는 앉아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가는 동안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말도 안 했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이때 하나님이 내게 말을 거셨다.

"천만아, 이 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이 어떻게 느껴질 것 같니?"

나는 바로 대답했다.

"최악으로요."

아이는 평소에도 나를 무서워했는데 실수까지 해서 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 하나님이 내게 다시 물어보셨다.

"아이가 이 순간이 최악이 아니라 좋은 경험으로 기억되게 해줘라."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려서 맛있는 걸 사줄까 고민했다. 학교까지 세정거장까지가 남고, 내 앞자리가 비였다. 나는 아이를 툭툭치고 앉으라고 했다. 아이는 두 손으로 나보고 앉으라고 한다. 내가 씨익 웃으며 앉으라고 하니 아이가 앉았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학교까지 한정거장이 남고, 아이 옆에 한 자리가 비였다. 내가 그 자리에 앉았다.
도착하고 나니 무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친구들은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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