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2020. 9. 10. 12:13

| 아이들이랑 낭독회를 하면 좋겠다.

전에 2학년 아이들이 1학년들에게 책을 읽어준 적이 있다. 평소에 몸을 부딪치며 같이 노는데, 형, 누나, 오빠, 언니가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니 어색했는지 몸이 굳은 채 앉아있었다. 꾸준히 연습을 해도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게 아직은 어려운 2학년이 띄엄띄엄 책을 읽거나, 아주 천천히 책을 읽어주는 바람에 책이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되지 않아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눈만 끔뻑끔뻑 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 책 읽어주는 날

부모님, 교사가 읽어주는 책은 익숙하겠지만, 친구, 언니, 오빠, 형, 누나가 읽어주는 책은 아이들에게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재미있으려면 소리 내서 책 읽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겠지만, 그래도 또 다른 느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랑 낭독회를 하고 싶다. ‘낭독회’는 말이 좀 안 예쁘니, ‘책 읽어주는 날’이 좋겠다.      

 

| 아이들이 이끄는 길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동생, 친구뿐 아니라 어른들이 들어도 너무 좋겠다. 아이들 목소리 속엔 힘이 있다. 서툴게 띄엄띄엄 읽어도 다양한 감정이 묻어 있고, 노래하듯 즐겁고 살아 있듯 생생하다.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를 따라 걷고 또 걷게 된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낯설진 않고, 따뜻하고, 걷는 길마다 행복해지는 그런 길을 말이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작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분명 어린 시절 소중하게 간직했던 그 상자였다. 작고 소종 해서 마음에 잘 두었는데 그동안 바쁘고 무심해 먼지가 가득 쌓여버렸다.   

  

| 내 마음속 상자 

그 상자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노랫소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너무 춥지 않은 가을밤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책 읽어주는 날에 함께 하면 어떨까?

이런 곳에서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