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
처음 저학년을 맡았을 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이들의 순수함과 흡수력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내가 마음이 드는 모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갖고 있는 나의 안 좋은 모습이 툭툭 튀어나올까 두려웠다.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까 겁이 났다. 아이들은 들어서 배우는 것보다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은데, 내 모습을 보고 안 좋은 것을 배우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나는 좀 긴장하곤 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같이 있다 보니 역시나 내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상처와 못난 모습이 나와도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 모습을 덮어버렸다. 아이들의 순수함 덕분에 나는 예전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 모습 그대로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 게 좋다.
아이들과 수다를 떠는 게 좋다.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게 좋고
아이와 장기를 둘 때 시원스럽게 “장이요~!”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수학 시간에 머리를 끙끙 싸매면서도 좀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모습도 좋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내게 메롱을 하는 모습도 좋다.
내가 몰래 과자를 먹을까 봐 쉬는 시간마다 날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모습도 좋고
나를 “천만쌤”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다.
나를 보자마자 자랑스럽게 숙제를 내미는 모습도 좋고
누구보다 자기답게 학교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도 좋다.
작은 손으로 간식으로 받은 뻥튀기를 나눠주는 것도 좋고
아이가 좋아하는 개개비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힘든 일을 다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좋고
꽃으로 편지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마음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