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줍줍/우아한 오후 1시

2021.10.28 목요일 1pm

#천만 2021. 10. 28. 13:29

아침에 건우는 학교에 올때 기분이 안좋은지 고개를 숙이고 터덜터덜 걸어왔다. 나들이를 가려고 모여 있는 반 친구들을 지나쳐 혼자 아무도 없는 작은 마당에 가 있었다. 나는 건우를 따라 그네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 기분이 안좋은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고, 그 옆에서 같이 그네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고 건우가 벌떡 일어나 나들이에 가겠다고 했다.
  점심시간 건우가 밥을 먹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들이 내내 괜찮아 보였는데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보이고 밥도 안 먹는다고 하니 걱정이 됐다. 건우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결국 밥이 다 떨어졌다. 건우에게 밖에 나가 빵을 사먹자고 하니 좋다고 했다. 건우가 빵을 좋아한다.
  건우를 데리고 근처 카페에 갔다. 나는 돌체라떼를 시켰고 건우는 직접 초코크림치즈케이크를 골랐다. 카페 2층에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시도했는데, 역시 말이 없다.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가 나오고 건우는 케이크를 먹고 맛있었는지 표정이 점점 좋아졌다. 재잘재잘 말도 했다. 엄마가 시계 사준 이야기, 엄마가 목요일에 케이크 만드느라 지각하는 이야기 등등. 건우 표정이 밝아져서 나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