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줍줍/생각느낌발견

말보다 마음이 더 중요할 때가 있지

#천만 2019. 5. 2. 15:02

점심시간에 저학년 아이들이 ‘나이먹기’ 놀이를 하고 있는 걸 구경했다. 딱봐도 한 쪽이 지고 있는 것 같다. 상대편은 가위바위보도 이기고 상대 진도 쳐서 30살, 40살 쭉쭉 올라가는데, 다른 한쪽은 계속 0살이라고 한다. (나이먹기는 처음부터 5살씩 먹고 시작하는데, 왜 0살이지? 애들이 규칙을 잘 모르나 ㅎㅎ)
그래서 한 아이가 “아이씨!”하고 욕을 했다. 그걸 상대편 아이들이 나한테 와서 말한다.

“재 아이씨라고 욕했어요!”

나는 나한테 와서 말한 아이와 욕한 아이를 불렀다. 그러니 같이 놀이하는 아이들이 쪼르르 다 몰려왔다. 그리고 어떻게 욕을 했는지 상황을 설명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물어봤다.

“00이는 왜 욕을 했을까?”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내가 말을 이어갔다.

“욕을 한 건 나쁜거지. 그런데 어떤 때는 욕을 한 것보다 왜 욕을 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어. 입장을 바꿔서 내가 00이라면 우리팀이 자꾸 지고 상대편이 자꾸 이기면 나라도 화가 났을거야. 00은 왜 화가 났을까?”

내 말에 고개를 숙이던 00이가 나를 봤다.

“자꾸 져서 화가 난거야?”

내가 물으니 그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고 있던, 그러니까 나한테 와서 욕한 걸 말해준 친구가 말한다.

“나는 0살이도 괜찮은데.”
“엥? 정말?”

자기는 괜찮다던 그 친구는 정말 괜찮을까?

“그럼 다른 친구한테 50살씩 주고 너는 0살이어도 정말 괜찮아?”
“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그럼 00이도 욕 안하고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을거야.”

욕을 한 친구도 그 친구랑 같은 편이었던 친구들도 환호를 지르며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괜찮다던 그 친구는 좀 복잡한 표정이었지만 뱉은 말이 있어서 표현하진 않았다.

나는 욕을 한 친구 편이 되주고 싶었기 보단, 아이들에게 뭐가 더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그친구에게 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욕은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