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줍줍/우아한 오후 1시
2020.3.17 화요일 1pm
#천만
2020. 3. 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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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고 일 하고 있다.
초심을 잃어버렸다고 느꼈었다. 회의만 하면 자꾸 짜증이 나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예전에 예전에 발견했지만, 별다른 변화없이 그냥 그 상태로 쭉 지내고 있었다.
내가 교만했다는 것도, 동료에게 무례했다는 것도 알겠는데, 납득이 안되면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렇게 회의에서 불만을 쏟아내면 마음은 다시 공허해진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하게 된다. 이제는 이런 내게 잔소리 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냥 피하면 쉬우니까.
그래도 오늘은 정신을 차리려고 한다.
내가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순간 뭔가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것 같다.
내가 붙잡고 있었던 것.
위로 받고자 하는 마음, 내 편, 사랑받고 싶은 마음, 편안하게 품속에 있고 싶은 마음, 애기처럼 우쭈쭈 해주면 좋겠는 그런 것.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것.
내가 좋아했던 커피를 다시 내려 마시고, 다시 영상을 만들고 싶어졌고, 다시 아이들과 무엇을 할까 상상하게되는 것. 이전에 있었는데 사라졌던 것. 이것들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끌려가듯 하던 일을 조금씩 좋아서 하게된다. 좋은 변화다. 역시 무언가를 끊어내고 포기해야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