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산학교에서 와서 처음 간담회를 알았다. 한 달에 한 번씩 반 부모님과 만나 교사, 아이들 지낸 이야기도 하고, 교사와 부모가 가지고 있는 고민도 나누고, 서로 공유해야 할 것도 나누는 자리라고 들었다. 처음 간담회를 했을 때 심장이 얼마나 콩닥콩닥 뛰었는지 모른다. 간담회 자리에서 부모님들을 모아두고 내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이야기를 부모님들이 관심 있어 하시는지도 잘 모르겠고, 일도 하시고 아이도 키우시는 부모님들이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간담회 자리에 오시는데, 그 시간 내가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낭비를 넘어서 간담회에 오신 것을 후회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간담회에서 무엇을 나눠야 할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부모님들은 간담회에서 무엇을 듣고 싶으실까?’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했던 것 같다. 그러면 내가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쉽지가 않다. 각자 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니 모든 사람의 욕구를 내가 다 채워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무엇이 궁금한지 여쭤보고 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려고 했을 때 부모님마다 그 주제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가 크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간담회 자리는 어때야 할까? 나는 간담회가 무엇이고 어떤 목적이 있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간담회는 무엇일까?
‘간담회’ 산학교에서는 이 단어를 쓴다. 사전을 찾아봤다.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 ‘담회’는 무슨 말인지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간’이란 글자가 궁금했다. 처음엔 ‘사이 간’일까? 유추해보았다. 너와 나 사이의 소통? 뭐 이런 것처럼. 그런데 사전을 찾아봤을 때 ‘간’의 뜻을 보고 나는 ‘풉’ 하고 웃었다.
간 (懇)
1. 정성 2. 간절하다 3. 성심 4. 정성을 다함 5. 진심
내가 생각지도 못한 뜻이었다. 내가 간담회를 준비할 때 이렇게까지 간절했나? 이렇게까지 진심이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아니 무슨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성을 들이고 간절하기까지 해야 할까 하는 마음에 ‘풉’ 하고 웃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지난 4년, 산학교에서 경험한 간담회를 떠올려보며 나는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해 보았다. ‘나는 이 간담회 자리에 정말 정성을 들이고 간절했을까?’ 음... 사실 그렇게 하지 못한 간담회가 꽤 많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해야 해서 간담회 날짜를 잡기도 했다. 그렇게 만난 간담회 자리에선 주로 그동안 지낸 이야기, 수업 이야기, 수업에서 교사가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내가 주로 일방적으로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공유하기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공유하면 그 간담회 자리에서 나의 일, 부모님들과 소통하고 교육과정을 알리는 그 일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나에겐 그 간담회 자리가 조금은 의미 있어진다. 교사가 부모님에게 교육과정과 교육목표를 설명하고, 하고 있는 수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일일이 부모님께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그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그런데 부모님은 그 간담회 자리에서 정말 의미가 있을까? 정말 이 간담회 자리가 간절하실까? 그건 잘 모르겠다.
교사와 부모 모두 간담회 자리가 간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간담회의 목표가 분명해야겠다. 교사가 가지고 있는 간담회의 목표와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간담회의 목표가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조금씩 합의점을 찾아 간담회 자리에 대한 목적과 목표를 합의 하면 좋겠다. ‘간담회의 목표’는 ‘간담회에서 바라는 바람’과 다를 수 있겠다. 목적은 ‘이루려고 하는 일이나 방향’이고, 바람은 ‘바라는 대로 되기를 원하거나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다를까?
바라는 것은 간담회 자리에서 교사와 부모님이 목적을 합의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방법을 나누고 상의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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