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2020년 마음의반 기록하기

(17)
쉬는 시간 오늘은 음악 시간이 있는 날이다. 악보를 안 가져왔거나 잃어버린 아이들은 음악 시간 전 악보를 준비해야 했다. 쉬는 시간이 되면 필요한 악보를 빌려 복사하라고 했는데,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매번 노는 숲 속 놀이터에 가봐도 보이지 않았다. 2층도 올라가 보고 강당에도 가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강당에서 다시 1층으로 올라가려는데,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현관문 사이로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셋이 쪼르륵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나왔을까 생각을 하다가,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여유롭게 가을 햇볕도 쬐는 것 같아 이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해 편안하게 쉬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반 문화 만들기 다시 개학을 했다. 코로나19로 부분 등교를 하는 바람에 다시 새학기처럼 이래저래 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자리, 청소 역할, 식사 당번, 몸 깨우기 때 할 놀이 등등 정해야 할게 수두룩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아이들이랑 금방 정할 수 있다.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렇게 다 같이 오랜만에 수업을 하는 거라 서로 부딪치지 않고 수업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규칙을 잊었을까 봐 걱정이었다. 수업 속 분위기와 반 문화는 긴 시간을 들여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중간에 긴 휴식기간이 생기면 공든 탑이 무너진 듯 다시 문화와 약속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수업 속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교사에 말에 공감해주는 말, 자기의 경험, 궁금한 ..
“내가 꾀를 냈지!”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에 갔다. 아무도 없는 빈 놀이터를 장악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유롭고 활기차 기분이 좋았다. 어제 같이 한 상어 놀이가 재미있었는지 아이들이 상어 놀이를 또 하자고 했다. 나는 좋다고 했다. 상어 두 마리를 정했다. 내가 상어가 됐다. 우리는 미끄럼틀 아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마닷속 상어인 양 미끄럼틀 쪽에 있는 사람들을 위협했다. 우리가 그물 사이로 손을 쭉 뻗으면 사람들은 놀라 뒷걸음질치고 최대한 상어의 손에 잡히지 않으려 몸을 뒤로 쭉 뺐다. 상어는 미끄럼틀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10초만 있다고 내려와야 한다. 그래서 상어들은 사람을 몰 작전을 짠다. 중간에 있는 그물 쪽에서 한 명이 기다리고 있고, 우측 끝에 있는 미끄럼틀을 쿵쾅쿵쾅 올라가면 ..
상어 놀이 놀이터아이들이랑 같이 산골 놀이터에 갔다. 아이들은 그동안 거리두기로 오래 동안 친구들이랑 놀이터에 가지 못했던 터라 내가 아이들에게 놀이터에 가자고 하니까 소리를 지르고 만세를 하며 기뻐했다. 놀이터에 가자마자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며 놀았다. 그네를 타고 싶은 아이는 그네를 타고, 여럿이 어울려 놀이를 하고 싶은 아이는 “이 놀이하자! 저 놀이하자!”하며 친구들을 모았다. 평소라면 나는 나무 아래 선선한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놀고 있는 장면을 물끄러미 보고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아이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 입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던졌다. 상어 놀이 우리는 상어 놀이를 했다. 지상은 바다라 술레인 상어만 두 발로 다닐 수 있고, 미끄럼틀 등 구조물을 이상이라 사람만 다닐 수 있다. 상어가 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 처음 저학년을 맡았을 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이들의 순수함과 흡수력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내가 마음이 드는 모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갖고 있는 나의 안 좋은 모습이 툭툭 튀어나올까 두려웠다.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까 겁이 났다. 아이들은 들어서 배우는 것보다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은데, 내 모습을 보고 안 좋은 것을 배우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나는 좀 긴장하곤 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같이 있다 보니 역시나 내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상처와 못난 모습이 나와도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 모습을 덮어버렸다. 아이들의 순수..
책 읽어주는 날 | 아이들이랑 낭독회를 하면 좋겠다.전에 2학년 아이들이 1학년들에게 책을 읽어준 적이 있다. 평소에 몸을 부딪치며 같이 노는데, 형, 누나, 오빠, 언니가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니 어색했는지 몸이 굳은 채 앉아있었다. 꾸준히 연습을 해도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게 아직은 어려운 2학년이 띄엄띄엄 책을 읽거나, 아주 천천히 책을 읽어주는 바람에 책이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되지 않아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눈만 끔뻑끔뻑 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 책 읽어주는 날부모님, 교사가 읽어주는 책은 익숙하겠지만, 친구, 언니, 오빠, 형, 누나가 읽어주는 책은 아이들에게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재미있으려면 소리 내서 책 읽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겠지만, 그래..
곱하기 배우기 | 곱하기 배우기 오늘 처음 아이들에게 곱하기를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이미 구구단을 외우고, 곱셈 문제를 풀 수 있어서, 곱하기를 배운다는 말에 아이들은 “나 할 줄 알아!”라며 구구단을 읊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곱하기의 원리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어서 곱하기를 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오늘은 두 가지 방법에 대해 배워보자고 했다. 책은 을 참고했다. | 바둑돌 세기곱하기가 덧셈과 연관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곱하기 표시에 따라 바둑돌을 그려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며 답을 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문제를 푸는 건 쉬운데, 곱하기가 덧셈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문제를 여러 번 풀어봐야 했다. | 갈라서 더하기곱하는 수 중 10보다 큰 수가 있을 때, (십몇)을 ‘(십)+(몇)’..
책 녹음하기 등교중지기간이라, 2,3명씩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숙제 확인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교실엔 5명 이상 들어오지 않게 했다. 오늘은 오전에 2명을 만나고 오후에도 2명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키도 더 크고 까맣게 타기도 했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들과 만나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바닷가에 간 이야기, 요즘에 재밌게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내게 해줬다. 태풍과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오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혹시나 따분하지 않았는지 걱정되었는데, 나름 이 시간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이들과 학기 초 같이 읽은 녹음을 했다. 아이들이 재밌게 읽은 책이기도 하고, 처음 같이 읽은 책이어서 이 책을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