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에 갔다.
아무도 없는 빈 놀이터를 장악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유롭고 활기차 기분이 좋았다. 어제 같이 한 상어 놀이가 재미있었는지 아이들이 상어 놀이를 또 하자고 했다. 나는 좋다고 했다. 상어 두 마리를 정했다. 내가 상어가 됐다. 우리는 미끄럼틀 아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마닷속 상어인 양 미끄럼틀 쪽에 있는 사람들을 위협했다. 우리가 그물 사이로 손을 쭉 뻗으면 사람들은 놀라 뒷걸음질치고 최대한 상어의 손에 잡히지 않으려 몸을 뒤로 쭉 뺐다.
상어는 미끄럼틀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10초만 있다고 내려와야 한다. 그래서 상어들은 사람을 몰 작전을 짠다. 중간에 있는 그물 쪽에서 한 명이 기다리고 있고, 우측 끝에 있는 미끄럼틀을 쿵쾅쿵쾅 올라가면 사람들이 반대쪽 끝에 있는 계단으로 와다다다 뛰어간다. 그럼 계단 쪽에 있는 상어가 계단으로 올라와 사람을 터치하는 것이다.
상어들은 꽤나 위협적인 달리기로 사람들을 위협했다. 상어에게 터치가 된 사람들은 아래로 내려와 같이 상어가 되어 사람을 잡았다.
|달리기가 느린 친구
같이 놀이를 하던 친구 중 달리기가 느린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초반 상어의 표적이 된다. 상어에게 잡혀 상어가 된 그 친구는 열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을 위협한다. 그런데 달리기가 느려 사람들은 그 친구에게 잘 잡히지가 않았다.
마지막 게임이 되고, 요리조리 잘 피하는 사람 한 명이 남았다. 사람은 반대쪽에 있는 기지를 터치해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기엔 밑에 상어들이 여기저기 우글대 도저히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상어 몰래 계단으로 내려가 기지를 향해 달려가려고 해도 상어가 금방 눈치채 계단 앞을 막아버린다. 미끄럼틀로 내려가는 속도보다 상어가 뛰어오는 속도가 더 빨라 사람은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안 되겠는지 미끄럼틀 안에 숨어 있었다. 상어들이 사람 몰래 작전을 짜려고 모였다. 마지막 사람만 터치하면 상어가 이기게 되니 이 시간이 상어들에겐 꽤 중요했다. 어떻게 사람을 몰지 고민하며 상의를 하고 있던 그때 사람이 상어 몰래 기지로 뛰어갔다. 나는 놀라 뒤를 돌아봤다. 달리기가 느린 친구가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달리기가 느린 친구는 몰래 기지 근처에 숨어 있다가 사람이 기지로 뛰어가는 찰나 나타나 사람을 터치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사람은 아쉬워했다. 하긴 그 친구가 우리 반에서 달리기가 제일 빠른 친구였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상어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사람은 잡은 아이가 신이 나서 말했다.
“제가 달리기가 느린데 꾀를 냈어요! 제가 숨어 있다가 사람이 달려와서 탁 쳤어요! 달리가 느려도 게임 잘할 수 있어요! 오늘 일기 써야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이 아이에게 나도 웃으며 꾀를 내어서 참 대단하다고, 열심히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 이야기를 꼭 일기로 써서 계속 기억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때 아이가 느꼈을 감정들을 꼭 잘 기록해 나중에 언제든 꺼내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면 좋겠다. 그러면 그때마다 아이에게 필요한 용기와 힘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이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아이가 혹시라도 상심했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야기해줘야겠다. 이렇게 대단했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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