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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2020년 마음의반 기록하기

개학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2단계로 강화되었다. 방학이 끝나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방학이 어땠는지 묻기보다 왜 마스크 쓰는 것이 중요한지 설명해야 했다. 반가운 마음보다 코로나 19로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앞섰나 보다.

하루 열기를 하려고 교실에 오니 아이들 목소리로 교실이 북적북적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했는지 방학 전 자기 자리였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방학 동안 마음의 반을 돌봄 교실로 사용했던 터라 책상이 뒤죽박죽 되어 있었다. 곳곳에서 “이거 내 책상 아닌데,” “누나 그 책상 내 책상이야!” 하는 소리, “숙제 다 못 했어~”하며 숙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조잘조잘 수다 떠는소리였다.
나는 하루 열기를 하려고 칠판 앞에 섰다. 그리고 칠판에 자리, 책상, 숙제 이 세 단어를 크게 썼다. 아이들이 칠판에 쓰여있는 단어를 보고 서서히 이야기를 멈추고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노을이 너희들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이 세 가지가 신경 쓰이는 것 같은데, 맞아?”

내가 물어보니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가 왜 신경 쓰이는지 곳곳에서 또 한바탕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얼른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매일 했던 몸 깨우기도 해야 하니까 그럼 오늘 뭘 할지 같이 정해보자!”

새 학기가 되니 새롭게 정해야 하는 것이 태산이었다. 몸 깨우기도 정해야 하고 자기 책상으로 바꿔야 하고, 자리도 바꿔야 하고, 청소도 새로 정해야 하고, 숙제 검사도 해야 하고, 2학기부터 바뀐 배식과 밥 먹는 방법도 설명해야 했다. 하나씩 하나씩 나열해서 칠판에 썼다.

몸 깨우기
자리 정하기
청소 정하기
배식, 밥 먹는 방법 배우기
밥 먹기
숙제 검사
청소해야 할 것이 쓰여 있는 일정들을 완료하면 하나씩 찌익 밑줄을 긋듯이 마음의 반도 해야 할 일들을 칠판에 쭉 써놓고 하나씩 해나갔다. 물론 수업 시간에 갑자기 책상에 올라가거나, 갑자기 나가거나, 내가 다른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금세 소란스러워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방학 동안 늘어졌던 몸을 조금씩 학교생활에 맞춰 적응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바뀐 방법들을 다시 알아야 해서 어렵고, 코로나 19로 마스크 쓰기와 생활 방역 ㅑ등 규칙이 더 강화되어 힘들었을 텐데, 잘 지켜주려고 노력해 주어 고마웠다. 숙제도 성실하게 해 와서 너무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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