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이 되면 허리를 쭉 펴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아이가 있다. 책상 위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거나 하나도 없을 때도 많다. 교실에 친한 친구가 없고, 윗 학년 언니들이랑 친해 쉬는 시간만 되면 언니들이 있는 교실로 올라간다. 올라가기 전에 교사실에 들려 “우리 몇 시까지 쉬어?”하고 묻는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 교실에 내려온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어 달라는 나의 부탁을 잘 지켜주기 위해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번쩍 손을 든다. 내가 아직 설명 중이라 설명을 다 듣고 손을 들어달라고 하면 내렸다가 다시 번쩍 든다. 궁금한 것도 많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다.
아이는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 내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해달라고 할 때 있는 힘껏 이야기 하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의 의견이 묻힐 때가 있다. 나는 최대한 아이의 의견이 묻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 아이들에게 손을 들고 순서대로 의견을 말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이 아이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오늘은 점심시간 전에 아이들과 코로나 19로 식당에서 말을 하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배식을 할 때 못 먹는 음식이 있으면 어떻게 표시할지 이야기를 하던 중 아이들 하나 둘 자기가 못 먹는 음식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반찬이 있는데, 몸에서 알레르기가 나야 안 먹어도 이해받을 수 있으니 큰소리로 못 먹는 음식을 말한다. 학교에는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문화가 있기에, 싫어하는 반찬이어도 한 개 정도는 먹어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도 내게 자기가 못 먹는 음식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주변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 아이의 말이 묻히고, 내가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 다시 귀를 기울여도 또 묻히니 아이는 포기한 듯 말을 멈췄다. 시끄러운 주변 상황에 나는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자자, 먹기 싫은 음식이 나와서 한 개만 먹고 싶으면 손가락으로 1을 표시해 주고, 숫자로 표현하기 힘든 반찬은 손가락을 위로 찌르면 더 달라는 표시, 아래로 찌르면 덜어달라는 표시로 하자!”
이렇게 우리만의 사인을 정했다. 12시가 되고 아이들이랑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규칙을 잘 지켜주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 아이가 생각이 난다. 내가 한걸음만 가지 않고, 바로 옆으로 가서 아이의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후회된다. 다음에는 주변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거나, 주변 상황을 정리하는 일을 더 먼저 두지 않고, 목소리가 작은 아이 곁에 가서 아이의 말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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