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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랑 책정이를 한다고 교실 앞 그림책을 자 꺼냈다. 책꽂이가 토하듯이 책들이 바닥에 쏟아졌고 아이들은 책을 들어 제목을 확인했다. ㄱㄴㄷ 순서대로 책을 놓기로 해서 제목을 확인하면 각각 위치가 정해진 곳으로 가서 책을 놓는다.
“이건 ㄱ”
“ㄹ어딨어?”
“이건 ㅊ이네”
이렇게 자음별로 책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데, 책도 무겁고 바닥에 쌓인 책들이 줄지를 않아 아이들이 조금씩 지쳐했다. 게다가 바닥에 펼쳐진 책들을 피해 왔가갔다 하려다 옆 친구와 부딪치기도 하고, 발을 밟기도 했다. 더는 안되겠어서 우선 소파에 책을 먼저 분류해 놓기로 했더니 더이상 발을 밟거나 부딪치지 않았다.
책을 다 꺼내니 책꽂이에만 꽂혀있어 잘 보지 못했던 책의 앞표지를 보게 된다. 속으로 ‘이런 책도 있네.’ 할만큼 재밌어 보이는 책들도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랬는지 아이들이 곳곳에서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벽에 기대어 쌓여있느 책을 보는 아이도 있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마치 예전에 책상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쪼가리 하나에 추억에 잠겨 한참을 추억여행 하듯이 아이들도 책을 꺼내 키를 재보기도 하고, 궁금한 책을 친구들과 수다 떨며 읽기도 했다.
물론 책을 꺼내다 중간쯤 정리했을 때 ‘아 괜히 했나?’ 생각이 들만큼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들었다. 아이들은 중간까지 도와주고 놀러 갔다. 1시간이나 도와줬으니 아이들은 정말 할만큼 해줬다. 창백해진 얼굴로 영혼 없이 날 쳐다보는 아이를 보고 고맙다고 얼른 가서 쉬라고 했다.
혼자 책정리를 하면서 수십번은 ‘그냥 여기까지만 할까?’ 고민한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1학년 아이들을 만나게 되니 그림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책정리를 다했다. 어디에 무슨책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잘 찾고 정리할 수 있어 좋다.
오늘 같이 그림책 정리한 기념으로 2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숙제를 내주었다. 애들이 올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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